"AI가 과학자 역할까지?" 인간 연구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진화
지난해 8월, 일본의 AI 스타트업 사카나AI는 기존의 과학 연구 흐름을 뒤흔드는 발표를 했다. 이들은 연구 아이디어 창출부터 문헌 조사, 실험 설계 및 수행, 결과 분석, 논문 작성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해내는 ‘AI 사이언티스트’를 선보였고, 그 논문을 본 전문가들은 “이건 사람이 쓴 게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사카나AI의 사례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서, 과학계가 마주한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었다. 데이터 정리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 AI와는 달리, 연구의 본질적 흐름을 스스로 조율하고 완성할 수 있는 ‘자율형 AI 과학자’가 현실이 된 것이다.
AI 사이언티스트의 핵심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연구 흐름 전체를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인간 연구자가 중심이 되고 AI는 도구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AI가 주도적으로 연구를 설계하고 인간이 그 결과를 감수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단돈 15달러로 논문 한 편이 작성될 수 있다는 사실은 특히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학문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봇 기술이 더해지면 ‘무인 실험실’이 실현되며, 인건비 없이 24시간 연구가 가능해진다. 과거에는 전문 인력이 집중된 대형 연구소만이 가능했던 시도가, 이제는 소규모 팀이나 독립 연구자에게도 열려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각 학문 분야에 특화된 AI가 서로 협력하여 ‘가상의 연구팀’을 이루는 모습도 머지않았다. 인간은 AI 팀을 총괄하는 감독자나 기획자, 혹은 윤리 감시자의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술 발전이 연구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누구든지 AI를 활용하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해볼 수 있는 ‘취미 과학’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과학의 대중화에 일조할 수 있으며, 특히 청소년이나 일반 대중에게는 새로운 학문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AI 기반 연구 시스템을 구글, 오픈AI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하게 될 경우, 정보 편향과 연구 통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 모델 ‘제미나이 울트라’ 훈련에 약 2,700억 원을, 오픈AI는 GPT-4 훈련에 1,1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러한 자본 집중은 연구의 다양성과 공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과 국제적 규범을 세우는 일이다. 기술경영학자인 손병호 박사는 “AI 시대에는 AI를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아는 인간의 통찰력, 그리고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AI는 인간 지성의 확장 도구일 뿐이다. 이 도구를 통해 우리는 더 빠르게, 더 깊게 과학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향타는 여전히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은 도구가 아닌 통제 수단이 되어버릴 것이다. 지금 이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