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실리콘밸리에 '네이버 벤처스' 설립... AI 글로벌 공략 본격화

 

이해진 창업자의 귀환과 미국행, 그 의미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약 7년 만에 경영 전면에 복귀하면서 처음 선택한 행선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이는 단순한 해외 출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다음 달 네이버는 실리콘밸리에 신규 투자 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며, 이 의장은 현지에서 벤처캐피털(VC) 및 스타트업 관계자 100여 명과 직접 만나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한다.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AI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자, 수많은 혁신 기업들이 태동한 기술 생태계의 중심이다. 이런 곳에서 네이버가 새 투자법인을 세운다는 것은 단순한 자본 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 확보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오픈AI와 구글이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가 이 흐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선택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네이버 벤처스'와 기존 D2SF는 어떻게 다른가?

기존의 네이버 D2SF(Startup Factory)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설립되는 '네이버 벤처스'는 보다 전략적이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중·후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인 기술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한다. 수장으로는 2022년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주도했던 김남선 전략투자 부문 대표가 유력하다. 김 대표는 대형 M&A 경험과 글로벌 시장 안목을 갖춘 인물로, 네이버 벤처스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조직이 아니라, 기술과 전략을 아우르는 미래 사업 창출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도록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네이버가 기술 기반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AI 경쟁 격화 속, 네이버의 승부수는 통할까?

네이버가 이처럼 미국에 투자법인을 세우고 AI 중심의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기술력 강화를 위해 AI 인재 영입, 데이터 인프라 확충, 글로벌 투자 확대 등 다방면으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이 의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더 공격적이고 활발한 AI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실리콘밸리행은 이러한 발언이 말뿐이 아님을 입증하는 첫 행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성과가 구체화되지는 않은 만큼, 시장은 냉정한 시선으로 향후 성과를 지켜볼 것이다.

네이버의 글로벌 도전,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네이버는 최근 테크 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인도와 스페인 등 신흥 시장 공략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전략사업 및 전략투자 부문을 강화하며, 내부 조직 개편을 통해 글로벌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이번 미국 투자법인 출범 역시 그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특히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과 플랫폼 확장은 네이버가 구글, 아마존, 텐센트 등 글로벌 플랫폼 강자들과 경쟁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네이버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쇼핑, 콘텐츠, 검색, 로컬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의 검색 포털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합 테크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말보다 결과가 중요한 시점에서, '네이버 벤처스'가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무리: 네이버는 다시 '글로벌 무대'로 향한다

이해진 의장의 복귀와 함께 본격화된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한 확장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재도전이다. 이미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기술 생태계 속에서, 더 이상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새로운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려는 이번 시도는 그런 위기의식 속에서 나온 돌파구라 할 수 있다. 다만, 네이버가 글로벌 경쟁자들 속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네이버 벤처스'가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될 수 있을지, 이제는 그 성과로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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