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 개인정보 국외이전 위반으로 과징금 철퇴
이용자 몰래 개인정보 국외이전, 13억 원대 과징금 부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에 대해 13억6900만 원의 과징금과 176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조사 결과 테무는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중국과 싱가포르 등의 국외 서버로 이전하면서도 이를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법적으로 요구되는 동의 절차 또한 거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항이며, 특히 정보 주체의 권리를 침해한 사례로 간주된다. 이용자 몰래 국외로 개인정보를 전송한 것은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서 기업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의 한국 진출에 있어 보다 엄격한 법적 책임이 요구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법적 근거 없는 주민등록번호 수집까지 드러나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은 테무가 자사 입점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신원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와 얼굴 동영상을 수집했다는 점이다.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개인정보 수집으로, 심각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영상 데이터와 같은 민감한 생체정보까지 수집하면서도 이를 명확히 고지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개인정보 처리의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적으로 주민등록번호는 원칙적으로 수집이 금지되어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에도 명확한 법적 근거와 고지가 선행돼야 한다. 테무는 조사 이후 관련 정보를 파기하고 방식 개선에 나섰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발생한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복잡한 탈퇴 절차, 국내 대리인 부재 등 다수 법 위반
테무의 위반 행위는 국외이전이나 정보 수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정보위는 테무가 일일 평균 290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회원 탈퇴 절차를 무려 7단계로 복잡하게 설계해 이용자의 권리 행사를 어렵게 만든 점 등을 지적했다. 이 같은 행위는 기업의 시스템 설계가 이용자의 편의가 아닌 자사 이익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보 주체가 자신의 데이터를 쉽게 관리하고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의 핵심인데, 이를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것은 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비단 테무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사한 플랫폼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조사 비협조로 가중처벌... 기업 투명성에 경고장
개인정보위는 이번 조사에서 테무가 매출 자료 등 핵심 정보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조사가 지연됐으며, 이에 따라 과징금 산정 시 가중처벌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개인정보위가 단순히 법 위반 여부만이 아니라 기업의 협조 태도까지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활동할 때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법과 제도에 대한 준수는 필수적이다.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은 이용자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다뤄져야 한다.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은 테무의 사례는 다른 해외 플랫폼들에게도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다.
이용자 보호가 먼저다: 플랫폼 선택의 기준이 바뀌어야 할 때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은, 플랫폼을 선택할 때 단순히 가격이나 편의성만 볼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수준까지도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C커머스 플랫폼들은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워 시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법적·윤리적 책임은 종종 간과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테무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할 때 자신들의 정보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알기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는 국가 기관의 철저한 감시와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