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사태, 개인정보보호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고학수 위원장의 경고, “이제는 비용이 아닌 투자로 봐야 한다”
2025년 5월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개인정보보호 페어 & CPO 워크숍’에서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전체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고 위원장은 SKT 해킹 사고가 단순한 기술적 실수나 해커의 침입으로 끝나선 안 되며,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전사적 대응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인적·물적 투자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핵심 투자'로 인식돼야 하며, 조직의 모든 레벨에서 상시적인 위험 관리 체계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SKT 유출 사고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많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통신사에서 유심 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은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고학수 위원장은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모든 개인정보 처리자가 데이터 흐름의 전 과정에서 문제점을 점검하고, 현장과 실무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 훈련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AI 시대, 개인정보 관리의 새로운 기준이 요구된다
고학수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도 함께 짚었다. 챗GPT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기업들이 빠르게 AI 도입에 나서며 개인정보 수집·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 기업의 78%가 AI를 자사 비즈니스에 도입하고 있다는 통계는, 개인정보의 안전한 처리 체계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글로벌 AI 기업인 오픈AI, 메타, 딥시크 등에 대한 실태 점검을 시행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 조치를 권고해왔다. 고 위원장은 신뢰받는 AI 기술 환경 조성을 위해 개인정보 처리의 적법성을 명확히 하고, AI에 특화된 개인정보 보호 특례를 법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법률 강화 수준을 넘어서, 앞으로 AI 생태계의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다.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는 지금, 개인정보 보호는 더 이상 부수적인 고려 사항이 아니다. 서비스의 기획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 설계가 반영되어야 하며, 기업은 내부 통제 시스템과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학수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단순한 연설을 넘어, 우리 사회가 마주한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