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대 진입했지만 여전히 높은 먹거리 물가…서민 부담 지속
소비자물가 1.9% 상승, 5개월 만에 1%대 복귀
2025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9%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1%대에 진입했다. 이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덕분으로, 전월(2.1%)에 비해 상승 폭이 다소 줄어든 수치다. 채소류와 과실류 등의 가격 하락은 물가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국제 유가 하락도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채소류는 -5.4%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3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과실류 역시 -9.5%를 기록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과 외식 등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품목의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가 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은 실제 생활비 항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단순 수치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산물 하락, 축산물·수산물은 상승세
농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특히 파(-33.4%), 토마토(-20.6%), 배추(-15.7%), 수박(-13.5%)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는 작년 동기 대비 높은 기저효과와 산지 출하량 증가에 따른 것이다. 과실류도 -9.5%를 기록하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모든 품목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무(26.7%), 마늘(20.7%)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체 농산물 가격의 하방 압력을 제한했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6.2%, 6.0%의 상승률을 기록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돼지고기(8.4%)와 국산 쇠고기(5.3%)는 공급량 감소와 수입 제한 등의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수산물 중에서도 일부 인기 품목은 계절 수요와 어획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으로 직결되며, 특히 외식 비용 증가와 맞물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가공식품·외식 물가 상승 지속
가공식품과 외식 분야는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가공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으며,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5%포인트 끌어올린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오징어채(50.5%), 초콜릿(22.1%), 양념소스(17.1%) 등 일부 품목은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상승, 환율 변동 등의 복합 요인으로 인해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물가는 3.2% 상승했으며, 햄버거(8.9%), 도시락(8.4%), 자장면(5.9%), 생선회(5.5%) 등 주요 품목이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 흐름을 보였다. 이는 대중적인 외식 품목의 가격 상승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공급망 불안정 등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증가시켜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식품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및 부가세 면제, 유통 구조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유류 하락, 근원물가는 여전히 2%대
석유류 가격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아 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했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09%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작년 5월 배럴당 84달러에서 올해 5월 63.7달러로 24.2% 하락하며 물가 압력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물가의 전반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지수는 여전히 2.0% 상승하고 있으며,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지표는 2.3%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구조적인 물가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생활물가지수는 2.3% 상승했고, 식품 분야는 3.0%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식품지수는 -5.0% 하락했지만, 신선어개는 5.4% 상승하는 등 품목별 가격 변동 폭이 매우 컸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서비스 물가가 2.3% 상승하며 지속적인 비용 상승 요인이 남아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대응 및 향후 전망
정부는 이상기후, 지정학적 요인 등 다양한 외부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 등 민생과 직결된 품목에 대해 수급 및 유통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 시에는 할당관세 확대, 유통망 개선, 가격 모니터링 강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식품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가격 인상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소비자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투명한 가격 구조를 유도하고, 기업들의 원가 절감 노력을 지원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단기적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서민 경제에 직결되는 먹거리 물가 안정은 국민 체감 물가를 낮추는 데 핵심적이므로, 향후에도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개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