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 최고조, 국내 금융시장 충격파

 


이란 핵시설 공습 여파…환율·유가 동반 상승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직후, 국내 금융시장도 그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375원을 찍었고, 장중 한때 1380원선까지 치솟았다. 이건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투자자와 수입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달러 강세는 글로벌 시장 전체의 불확실성 신호다. 달러인덱스가 장중 99를 넘기며 강세를 보였다는 건,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해 달러로 몰렸다는 증거다. 게다가 에너지 수송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국제유가도 덩달아 꿈틀대기 시작했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생산비가 오르면 결국 소비자 물가도 따라 오르게 된다. 물가를 겨우 진정시킨 한국 입장에서는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24시간 대응 체제로 전환

한은은 곧바로 긴급 대응 체계에 들어갔다. 유상대 부총재는 비상 대응 TF 회의를 주재하며, 외환시장 불안 시에는 즉각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등과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외국인 투자자 동향, 기관 매매 패턴 등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환율이나 유가 이슈가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포인트라는 점에서 긴장도가 높다.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준비하면서 추가적인 충격파가 올 수 있음을 가정하고 대응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거나, 미군의 군사 행동이 확전된다면 국내 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민간 금융사도 리스크 점검 강화

정부만 움직인 건 아니다. 민간 금융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자산 건전성 점검에 들어갔다. 하나금융은 실시간으로 자금 흐름을 체크하고 있고,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주말에 딜링룸을 직접 방문해 시장 상황을 체크했다. 우리금융의 임종룡 회장은 ‘중동 사태 대응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으며, NH농협금융도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금리, 환율, 유동성 흐름을 정밀 분석 중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이들 금융사의 대응이 시장 안정의 키를 쥘 수도 있다.

경제 불확실성 커지는 가운데 경계감↑

이번 사태가 단발성 이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유가 상승, 수입물가 인상, 내수 위축까지 겹치면 가계 소비는 줄고 기업 수익성도 악화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쉽게 추진하지 못할 거고, 실물 경제 회복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정부의 민첩한 대응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다. 커뮤니케이션 부재는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 신뢰가 중요하다. 위기가 길어진다고 해서 대응이 느려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경제 주체들이 떠안게 된다. 지금은 방향성과 속도가 모두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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