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법 족쇄 해제…삼성 경영 새 국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만에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대법원의 최종 무죄 확정 판결로 인해 이제는 등기이사 재선임과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등 ‘뉴삼성’ 구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경영에 제약이 있던 만큼,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결론을 넘어 삼성 경영구도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전환점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둘러싼 시세 조종과 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무죄가 확정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오랜 논란이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앞으로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다시 나설 기반을 마련하게 됐고, 경영 공백을 메우는 차원의 메시지 또한 곧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과 컨트롤타워 재편
이 회장은 2019년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이후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빠져 있었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이사회에 이름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사법 리스크 해소로 내년 3월 주총 전 복귀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삼성의 주요 사업 결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주도할 수 있게 되며, 책임경영 강화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복원 여부다. 과거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 금융, EPC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던 구조를 다시 통합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략 조직의 부재는 삼성처럼 매출 450조, 시가총액 500조에 달하는 초대형 그룹에겐 구조적인 한계로 작용해왔다.
AI·바이오 중심 대형 M&A와 신사업 확대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해소 직후에도 미국 출장길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짧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반등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로봇, 오디오, 냉난방공조, 디지털 헬스케어 등에서 공격적인 M&A를 성사시키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4대 미래 성장축으로 꼽은 AI, 5G, 바이오, 전장 분야를 중심으로 초대형 M&A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예컨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인적 분할을 통해 CDMO와 바이오시밀러 부문을 각각 독립시키는 등 조직 개편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앞으로 이 회장이 직접 챙기는 영역이 될 전망이다.
경영 리스크 해소 이후 남은 과제
사법 족쇄는 풀렸지만 삼성의 과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지배구조 개편이다. 오너가의 경영 승계 플랜B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보험업법 등 외부 규제 변화에 대응할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이 부분은 중장기 계획으로 보이나, 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또한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의 실적 회복 여부도 과제로 남는다. 2분기 반도체 재고 정리 등으로 실적 기반은 정비했지만,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 없이 부진이 이어진다면 오너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회장의 본격적인 경영 행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진짜 경영 시험대
결국 이번 무죄 확정은 이재용 회장 개인에게는 법적 족쇄 해소지만, 삼성 전체로 보면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다. 컨트롤타워 복원, 등기이사 복귀, 초대형 M&A 등 향후 모든 변화가 이 회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법적 문제가 모두 정리된 지금부터는 진짜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점이다.
이제 삼성은 단순한 재벌 그룹이 아닌, 글로벌 미래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업으로서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그 중심에서 어떤 전략과 선택을 내릴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사 출처: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2025.07.17)